(마지막에 이어져서)
그녀의 무덤 앞에 섰을 때, 나는 다시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의 슬픔을 감싸주지 못했고,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한나 무덤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부인에게서였다. 그녀는 한나가 베를린으로 와서 지멘스에서 일할 때 같은 기숙사에 있었고, 한나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에게서 듣게 된 한나의 이야기는 내가 한나의 슬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죄책감을 덜어주진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군인이었고, 매춘부였던 술집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들에게 그녀는 의도하지 않은 존재였다. 그들은 한나를 가족으로 돌보지 않았다. 다만 죽지 않게 키웠을 뿐이었다.
그녀가 13살 때였다. 또래 여자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학교 앞 길가에 떨어진 고철들을 모으면서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배운 노래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한참동안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철들을 많이 모으지 못하면 혼날 것이 분명하지만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그녀의 부모에게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들은 한나를 사정없이 때렸다.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잔혹하리만큼 심하게 때렸다.
한나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녀의 부모는 대신 그녀에게 일을 시켰고 일을 하지 않으면 음식을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 교육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몇 번은 한나가 길가에 떨어진 책을 주워서 부모 몰래 글자 연습을 했다. 그녀는 글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 강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사정없이 대했고, 갈수록 심해졌다.
그녀의 부모들 또한 글을 몰랐다. 한나에게도 글은 금기였다. 그들은 그녀가 똑똑해지지 않기를 바랬고, 그녀는 그렇게 보여야 했다. 한나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녀는 더욱더 그들에게 순응했고, 글은 그녀에게 절대 다가갈 수 없는 공포로 각인되었다.
몇 년 뒤 한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인 술집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아버지가 총을 들고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비극이 일어났고, 그녀의 아버지도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한나는 다음날 집을 떠났다. 무엇인가 계획이 있어서 떠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내면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죽음은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한나는 여전히 자신을 보호해야만 했다.
나는 한나의 직장 동료가 가고 난 뒤에도, 한나의 무덤 앞에 한참을 있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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